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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팅어가 자동차 시장에 남긴 유산은 무엇일까?

by ↑ 2024. 11. 11.

기아 스팅어가 드디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동안 생산 지속 여부를 놓고 오락가락하던 스팅어는 지난 10일부로 생산이 완전히 종료되었다. 이로써 스팅어는 이제 더 이상 추측의 대상이 아닌, 명실공히 '단종' 차량이 되었다. 마무리가 다소 씁쓸하지만, 스팅어는 2017년 출시 당시 꽤나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

스팅어가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이유는 바로 성능이었다. 최고 출력 373마력, 최고 속도 240km/h를 기록하는 3.3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은 단연코 그 시대 국산차의 정점이었다. 제로백 4.9초라는 기록은 국산차 최초로 '가장 빠른 차'라는 타이틀을 붙이기에 충분했다. 뛰어난 주행 성능 외에도 동급 대비 훌륭한 완성도 덕에 해외에서는 '최고의 가성비 차', '서민의 파나메라'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다. 스팅어의 판매 실적은 시간이 지날수록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출시 첫해 목표였던 연간 1만 2천 대 판매는 처음부터 과도한 목표였을지도 모른다. 첫해 6,122대라는 실망스러운 출발을 시작으로, 2018년 5,700대, 2019년 3,644대, 2020년 3,525대, 2021년 3,167대, 그리고 2022년에는 1,984대까지 하락했다. 월평균 300~400대 수준으로, 시장의 반응은 점차 차가워졌다. 올해 초의 상황은 더욱 암울하다. 2월까지의 누적 판매량은 330대로,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49.8%나 감소했다. 수출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해 연간 목표 5만 대에 한참 못 미치는 1만 8,560대에 그쳤다.

스팅어의 단종 이후 그 빈자리를 채울 후계자는 누가 될까? 업계는 현재 판매 중인 EV6 GT를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EV6 GT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기반으로 한 고성능 모델이다. EV6 GT는 기존 EV6보다 더욱 강력한 모터와 고출력 배터리를 탑재하여 주행 성능을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최고출력 585마력, 최대토크 740Nm, 제로백 3.5초, 최고 속도 260km/h라는 성능을 자랑한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곧 출시될 EV9 GT가 있다. 지난 30일 공개된 EV9의 고성능 모델인 EV9 GT는 아직 공식 발표는 없지만, 업계는 이 차량이 2개의 전기 모터를 장착해 총출력이 500마력대 후반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고성능 타이어, 강력한 브레이크, 고강도 카본 파이버 바디 등의 고성능 부품을 채택하여 보다 스포티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스팅어가 자동차 시장에 남긴 유산은 무엇일까? 바로 '고성능 스포츠카'라는 개념이다. 고출력을 가진 차들이 점차 시장에 등장하면서 '고성능 스포츠카'라는 용어가 쉽게 쓰이게 되었고,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그 의미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기존의 스포츠카 전문 업체들이 고성능 차량에 대해 최소 600마력 이상의 출력을 요구하며, 제로백은 2초 후반에서 3초 초반대, 차량 가격도 최소 2~3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이르는 것이어야 한다는 정의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출시되는 차량들의 성능을 고려할 때, 이제는 더욱 명확한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스팅어는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는 차가 되었지만, 그 유산은 남아있다.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고성능 스포츠카의 가능성을 열어주었고, 앞으로의 전기차 시대에서 그 정신은 EV6 GT나 EV9 GT 같은 모델들로 이어질 것이다.